170615 SPO 로미오와 줄리엣
170615 SPO 로미오와 줄리엣
세익스피어의‘로미오와 줄리엣’에 기초한 음악작품으로는 구노의 오페라, 프로코피예프의 발레음악,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서곡, 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고, 그 밖에 뮤지컬, 영화, 연극, 발레, 인형극 등 다양한 장르가 있다. 아마 이 작품보다 더 다양한 장르로 사랑받는 작품은 없으리라.
세익스피어 연극 전집을 사서 하나씩 보고 있는 중이고, 다양한 장르 대부분을 감상도 했다. 정말 좋은 작품이지만 4대 비극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6월15일 서울시향의 객원 지휘자 <알렉상드르 블로슈>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소재로 3개의 관현악을 준비했다.
지휘자 블로슈는 큰 키에 파마머리를 하고, 광대처럼 분장하였다. 양볼은 빨갛게, 턱 밑 수염자리는 흰색으로 칠하고 지휘하면서 음악적 상황에 따라 표정과 몸짓 연기를 하였다. SPO 단원들도 연주하는 동안 종종 웃음을 띠며 연주를 하곤 했다. 이해가 되었다. 나 또한 웃음이 절로 나왔으니까. 이것은 자신만의 뚜렷한 특징을 주기 위한 이미지다. 에센바흐가 빡빡 머리를 고수하는 것처럼. 그러나 젊은 나이가 중년을 거쳐 노년기로 갈 때까지 이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는 의심스럽다.
첫곡은 약 20분 분량의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이다. 악단 배치는 소리의 좌우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1-2-비-첼>이 아닌<1-첼-비-2>의 유럽식으로 배치되었다. 이 곡은 자주 연주되고 음악방송에서도 자주 선곡되는 곡이다. 별로 어려울 게 없었고, 연주도 무난했다.
둘째곡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무곡이다. 24분의 분량이고,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던 작품이고, 나도 DVD로 감상했던 작품이다. 이걸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했고, 지휘자로서의 유명세 뿐만 아니라 뮤지컬 작곡가로서도 유명해진 계기가 되었다. 24분 동안 뮤지컬의 중심 음악이 선곡되었고, 핑거스냅과 맘보 합창 등이 병행 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흥겨운 음악이었고, 재치있는 지휘자의 표정과 몸짓이 어우러져 연주내내 절로 웃음이 나왔다. 곡이 끝난 후 당연히 열렬한 박수가 이어졌다.
인터미션 후 세 번째 곡은 프로코피에프 발레음악 중 41분 가량의 발췌곡이었다. 나는 정명훈의 20분 분량을 몇차례 봤고, 그게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41분은 다소 지루한 면이 있었다. 어째거나 마무리후 환성과 브라보가 터졌다. 한편, 객원 악장과 객원 첼로 수석이 새로운 인물로 등장했는데, 객원 악장은 NHK를 거쳐 도이치심포니에서 악장을 하고 있는 웨이루라고, 첼로 수석은 SP0 단원 김소연이라고 다른 사이트에서 물어 알게 되었다. 그런데 김소연씨는 평소 보지 못한 것 같은데... SPO 인물 사진과도 너무 다르고... 그래서 다시 알아보니 경북대 김호정 교수라고 한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시향 첼로 수석 대행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근황 사진을 보니 맞았다.
좋은 음악 감상 기회였다.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것에 만족하며, 모처럼 눈이 덜 피곤해 눈을 감은 횟수가 적었던 하루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