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0_6_20 지리산 노고단 일출, 운해 감상 후 중산리까지 죽을 지경으로 산행한 고단한 하루.
    산행 및 트레킹 2021. 9. 15. 17:33

    20_06_20 지리산 노고단(일출과 운해 감상) 장터목 중산리

     

    1. 산행코스 및 산행시간

     -  02:50 성삼재 - 노고단 대피소 (03:40 -> 04:30 취사장에서 대기) - 노고단 고개 04:50 - 노고단 출입로 통과 05:00 - 노고단 05:10 - 운해 및 일출 관람(35분)

     - 06:00 노고단 고개에서 천왕봉 방향 통과 - 화개재 도착(90분 소요, 7시30분 도착)

     - 연하천 대피소 도착(90분 소요, 9시 도착, 5분 휴식)

     - 벽소령 대피소 도착(90분 소요, 11시30분 도착, 5분 휴식)

     - 세석 대피소 도착(2시간 30분 소요, 13시00분 도착, 2분 휴식)

     - 장터목 대피소 도착(90분 소요, 14시30분 도착, 2분 휴식)

     - 천왕봉 생략(시간 부족) 중산리 도착(2시간 10분, 16시40분 거북이 식당 도착, 버스탑승)

     

     * 노고단에서 초승달로 별빛 구경, 새벽녘 일출과 운해 관람으로 남들보다 2시간 늦게 노고단에서 출발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오버 페이스를 하여 정말 고생했다. 거의 잠깐 잠깐의 휴식만을 이용하는 바람에 무척 힘들었던 하루.

     

    2. 산행시간 : 주어진 시간 14시간, 나의 산행시간 11시간30분(휴식, 1시간10분, 노고단에서 50분 휴식한 것은 노고단 예약 탐방시간이 오전 5시부터였기 때문)

     

    3. 버스 이동시간 : 양재 - 성삼재, 편도 4시간20분(휴식 2번, 총40분 부여), 중산리 - 양재(3시간50분, 휴식 2번, 총25분 부여)

     

    4. 동행 산악회 : 반더룽 산악회

     

    (산행 후기)

      노고단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운해가 환상적이라는 명성을 보고 들어, 이번 산행의 주된 목표를 이를 달성하기로 했다. 오늘 종주 산행을 하는 인원은 대략 13명 전후로 추정된다. 나는 그들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맨 뒤로 처져 느리게 산행을 해야 했다. 오늘 지리산 일출시간은 5시14분이고, 노고단 예약 탐방 출입시간은 5시부터이다. 노고단 대피소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를 나는 아주 느리게 걸었지만 40분을 넘지 못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가는 하늘은 거의 열리지 않았다. 무성한 키큰 나무는 그믐으로 인해 달빛의 하늘 영향이 적어 별빛을 구경하는 데 적격이지만, 나의 이런 욕심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한두번 터진 공간에서 수많은 별들의 세상을 볼 수 있었다. 헤드랜턴을 끄고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아무런 불빛도 없는 저 우주 공간은 멋스러웠다. 젊은 날에는 자주 보았는데, 그 느낌이 반감한 건 선명하지 않았던 하늘 탓도 있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한시간 가량을 보내야 했다.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본격 산행을 대비해 미리 싸온 식량을 털기도 하고, 타 산객의 쪽잠을 방해하면서 말도 걸어보고, 잠시 밖으로 나가 헤드랜턴 불빛사이로 이슬을 머금은 하얀 나뭇잎의 멋진 흔들림을 감상하기도 했다. 별빛 사진은 온통 검정색 뿐 별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하얀 나뭇잎의 멋진 풍경은 명암 부족탓으로 흔들려 저세상으로 보내야 했다. 4시30분이 되자, 배낭을 챙겨 노고단 고개로 향했다. 지난주 설악산에서는 이 시간에 여명이 밝아 헤드랜턴이 없어도 걷기가 수월했다. 그러나 지리산은 10분 가량 늦게 여명이 시작되었다. 저멀리 산 하나를 배경으로 붉은 색이 솟아났고, 운해가 슬금슬금 노고단을 향해 오르고 있었는데, 그 광경이 멋있다.

     

      아직 5시까지는 10여분이 남았다. 노고단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얼마나 더 멋있을까. 기대를 하며, 1분전에 줄을 섰다. 내가 1등이었다. 스마트폰에 예약한 QR 마크를 찍으니 컴퓨터에 내이름이 표시되었지만, 개찰구는 움직이지 않았다. 2-3번을 찍어도 개찰구는 열리지 않았는데, 뒤에서 웅성거리며, 그냥 넘어가란다. 일출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기다리던 4-50명의 관광객이 참을성이 없었는데, 어쩔 수 없이 등이 떠밀려 개찰구를 넘어 부지런히 걸어갔다. 개중에는 뛰어 가는 사람들도 여럿있었고, 1등인 나를 추월하기도 했다. 정상에 오르니 360도 파노라마가 펼쳐졌는데, 그중에 남과 북쪽 운해가 그야말로 황홀했다. 작년 노고단을 거쳐 화엄사로 가는 산행시 오전 12경에 도착해서 본 이곳 풍경은 별로였다.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때를 잘 맞추어야 함을 그 때 알게 되었다.

     

      태양은 5시14분이 지나도록 구름에 가려 민낯을 보여 주지 않았다. 여러 경험을 통해 일출 시작 후 10여분이 지나면 더 멋있는 일출 광경을 보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좀더 기다렸더니, 드디어 5시30분경 구름을 뚫고 광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카메라 버튼 소음이 들려왔다. 5분간 이러저러한 사진을 찍고, 남쪽 방향의 운해를 보니, 이런 더 멋진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운해가 산을 넘어가는 저 모습은 내가 열망했던 그 모습이었다. 나도 이런 풍경을 보게 될 줄이야...

     

      노고단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했으니 서둘러 천왕봉 방향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정각6시에 노고단 고개를 출발했다. 남들보다 2시간이 늦은 출발이다. 마음은 급했다. 서둘렀다. 앞서가는 무리를 추월하고, 또 추월하니 더 이상 사람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화개재를 지나니 힘들기 시작했다. 산행 초기 1시간은 서서히 체력을 올려야 함을 알고 있는데, 오늘은 그러질 못했다. 힘들 때는 잠시 앉아 물과 야식을 먹어가면서 체력을 보충했다.

     

      연하천, 벽소령까지는 볼거리도 없는 산행이다. 한가할 때는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지만, 잠도 제대로 못잔 상태에서 피로감이 생기기 시작하는 지점이라 단조로움 때문에 졸립다.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 구간이 지루해서 지리산인가 보다.

     

      장터목까지 2시 도착을 목표로 했으나 2시30분경에 도착했다. 오버 페이스에 휴식이 충분치 않아 체력이 방전되었기 때문이다. 각지점별 소요시간이 기재된 지도를 보면서, 너무 잘 들어맞는 시간표에 탄성과 함께 짜증이 났다. 한번도 소요시간을 단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중산리에 제 때 도착하지 못할까 하는 불안이 커졌다. 백무동이나 거림으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는데, 백무동은 버스에 두고 간 내 옷가방을 따로 전달받아야 하기에, 거림으로 가면 홀로 택시비 3만원 가량을 들여 중산리에 가야 하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시간안에 중산리에 도착하는 길을 선택했다. 당연히 처음부터 천왕봉은 배제했다. 시간이 도저히 안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장터목에 1시30분경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험했었다. 세석에 1시에 도착했고, 장터목에는 2시30분에 도착했다. 비로소 안심했다. 다만, 피곤한 몸으로 장터목에서 중산리까지 2시간30분의 가파른 내리막이 내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길 바랬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계곡에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에서 휴식을 취하며 땀도 딱지 못했고, 발도 시원함을 제공해 주질 못했다. 중산리 탐방로에 도착하니 2시35분, 거북이 식당까지 5분이 소요되었다. 시간이 부족하니 식당에서 밥을 챙겨 먹을 수 없어 남은 간식으로 요기를 했다. 예상대로 5사람의 이탈자가 생겼다. 발이 비끗해서 2명은 시간을 맞출 수 없었고, 3명은 다른 곳으로 탈출했기 때문이다. 장거리 산행에서 이런 일은 자주 발생했다.

     

      오늘은 정말 고단한 하루였지만, 노고단에서 보낸 그 황홀한 일출과 운해 풍경으로 인해 뿌듯함이 넘치는 하루였다.

     

    노고단 고개에서 바라본 여명의 순간. 앞에 보이는 웅장한 봉우리는 반야봉.
    노고단 고개에서 바라본 운해
    노고단 정상에서 바라본 운해
    노고단에서 바라본 반야봉과 그 우측에서 솟아 난 일출

     

    여기까지 노고단 풍경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 아래 사진부터는 다른 카메라로 찍은 풍경들.
    이하 다른 카메로 찍은 노고단 풍경들
    여명에 드러난 노고단 정상석
    새벽의 노고단 언덕길
    노고단에서 바라본 일출 장관.
    노고단 운해의 산넘기
    노고단을 지나 화개재로 가는 도중에 만난 풍경
    연하천 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여정이 급해 서둘러야 했다.
    벽소령으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풍경
    이런 풍경을 지난 후 벽소령 대피소를 만난다.
    벽소령 대피소를 막 벗어나 세석으로 가는 길은 암석이 무너지는 곳이 많아 위험표지가 많다.
    세석으로가는 도중에 만나는 멋진 바위 모습. 구멍이 뻥 뚫려 보기 좋다.
    낙타 모양을 한 바위 모습
    사람을 닮은 듯, 동물을 닮은 듯한 기암괴석
    시야를 가린 운해로 조망은 제한적이다.
    세석에서 물하나를 샀다. 늘 이곳에서 물하늘 사게 된다. 선비샘에는 한무리의 팀이 나보다 한발 빠르게 물을 독차지해버렸기 때문이다.
    촛대봉 주변 풍경
    장터목으로 가는 길. 저 봉우리를 넘고, 또다른 봉우리를 넘어야 장터목에 도착한다. 힘들다.
    장터목으로 가는 길은 그래도 하늘이 뚫려 있어 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드디어 장터목에 도착했다. 2시20분. 이제 남은 시간은 2시간30분. 그래도 잠시 휴식하면 간식을 먹었다. 까마귀가 사람들이 먹고 흘린 음식물을 가까이 와서 청소를 해주고 있었다.
    천왕봉은 시간이 부족해서 갈 수 없고. 바로 중산리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가파른 급경사에 돌덩어리 계단은 한순간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질만큼 조심해야 했다. 급한 마음은 이런 물줄기에서도 휴식을 취하면 땀을 딱지 못하게 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