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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_9_19 영암 월출산 무박 산행(일출과 운해, 별빛 세상 속에서)산행 및 트레킹 2021. 9. 15. 15:57
20_09_19 영암 월출산 무박 산행(일출과 운해, 별빛 세상 속에서)
1. 산행 코스 : 천황사 주차장 - 천황사 - 바람폭포 - 통천문 - 천황봉 - 구정봉 - 도갑사
2. 산행 시간 : 약 11km. 주어진 시간 04:00 ~ 14:30(10시간30분), 내 산행 종료 시간 12:00(8시간30분, 휴게시간 2시간 정도)
3. 버스 이동시간 : 양재역 11:40 - 천황사 04:00(4시간 20분, 휴게 20분 포함), 도갑사 14:20 - 양재역 19:00(4시간40분, 휴게 15분 포함)
4. 동행 산악회 : 다음카페 다음매일 산악회
(산행 후기)
30년전 무박으로 산행했을 때 한없이 쏫아지는 별빛으로 감동적이었는데, 멋진 운해와 암릉의 오묘한 조화가 더해지니 기막힌 신선 세상에 있는 듯 했었던 월출산. 그 느낌이 좋아 몇 차례 더 산행했는데, 주로 당일 산행이었다. 당일 산행은 11시 전후에 도착하여 정상에 오르면 운해는 사라지게 된다. 월출산은 그믐달 날씨가 맑은 날을 선택해서 무박으로 산행하는 것이 훨씬 좋음을 알리고 싶다.
35명 정도의 산객 중 나를 포함한 3명만 천황사 코스를 선택했다. 나머지 일행은 산성대 코스를 향했다. 몇십년 만의 개방이라는 대장의 안내 멘트에 다들 속아 넘어간 게다. 오늘 일출 시간은 오전 6시18분. 원래 예정된 산행 시작 시간은 오전 04시30분경이었다면, 정상까지 2시간 이내에 도착해야 일출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나, 30분 일찍 버스가 도착해 여유로운 산행이 가능했다. 나는 처음부터 일출 광경을 보기 위해 천황사 코스를 선택했다. 산성대는 조망이 압권이 곳인데, 이미 2차례 갔다 왔고, 어두운 야간 산행에서는 조망이 불가능해 의미가 없음을 알고 있기에 일출 광경을 위해 시간 단축이 필요한 곳을 선택한 것이다.
천황사에서 내린 사람은 5명 정도였다. 내 앞좌석에 탄 분과 자연스럽게 동행이 되어 정상까지 함께 했다. 도중에 바람폭포를 지났지만 역시 어두워 제대로 조망도 하기 어려웠고, 사진 촬영도 의미가 없었다. 계곡을 지나 전망터에 도달하니 세상이 온통 별빛 세상이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해 지리산 무박 산행도 했었는데, 노고단에서의 풍경은 날씨로 그저 그랬었다. 육형제 바위와 별빛 천지의 느낌을 남겨두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으나 나중에 확인하니, 온통 검정색이다. 이 별빛 세상은 어쩔 수 없이 가슴으로만 남겨 두어야 했다. 아쉽다.
새벽 5시40분경이 되니, 붉은 여명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풍경도 놓치지 않기 위해 셔터를 눌렀으나 컴퓨터에서 확인해 보니 초점이 흐려 엉망이다. 천황봉 부근에 도착하니 전문 사진가 다수가 일출 장면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체로 이들이 자리잡은 곳이 일출 명소임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나도 근처에서 자리를 잡았다. 우선 허기를 채우기 위해 빵을 먹어가며 일출 시간을 기다렸다. 약 10여분 후에 일출이기에 시간은 충분했다. 이미 운해로 가득 찬 세상은 황홀한 상태였다. 찍사들은 셔터를 자동으로 찍히도록 셔터타임을 설정해 두기도 하였고, 이리 저리 신선이 있을 만한 곳을 향해 운해와 암릉의 조화로운 모습을 바삐 촬영했다. 드디어 일출이다. 저멀리 붉게 솟아 오르는 일출은 구름 속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다들 셔터 속도가 빨랐다. 이어진 태양 속 밝은 세상에서의 운해 풍경도 셔터를 바쁘게 했다. 잠시 후 정상에 오르니, 산성대에서 빠르게 온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 중 소수는 일출 풍경을 즐겼을 게다. 안내 산악회는 때로는 정보 전달이 부족하기에 미리 무엇을 볼 것인가 학습을 하고 와야 한다. 오늘처럼. 정상에서 바라보는 360도 운해 광경은 백미다. 천황봉에서만 1시간 넘게 풍경을 감상했다.(그래도 마감시간이 2시간 남게 날머리에 도착했다.) 오늘 산행은 이미 100% 만족인데, 이어진 구정봉까지의 산행 길도 너무 황홀하다. 산성대 못지 않은 암릉의 오묘한 신비와 운해 속 풍경을 카메라에 담다보니 카메라 배터리가 다 소진되어 여분의 배터리를 보충해야 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동행자도 그랬다고 한다.
구정봉을 지나면 능선길이 아닌 계곡으로 들어선다. 잠시 억새밭을 지나지만 대체로 볼거리가 부족해 진다. 이미 볼 만한 것은 다 보았기 때문에, 카메라가 쉬는 시간이다. 억새밭 전망대에서 30분가량을 샹송을 들어가며 쉬었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여유가 많다. 계곡에서 잠시 쉬었다. 땀과 발을 씻었다. 그런데 모기에 물리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모기들. 재빨리 피신할 수밖에...
도갑사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산악대장을 만나지 않았다면 더 여유롭게 사찰 풍경을 감상했을 텐데, 단체 짜장면 주문이 필요한 상황이라 서둘러야 했다. 그래도 잠깐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다. 주차장에서 오토바이로 짜장면 10여그릇을 시켜서 먹었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널널했음에도 오후 2시 15분이 돼서야 도착한 분들 때문에 서울 출발은 그만큼 늦었다. 아니 뒤늦게 오신 분들이야말로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소진했으니 가장 멋진 산행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오늘 산행은 너무 좋았다. 월출산 무박 산행이 있다면 황홀함을 느끼게 한 이 산행을 다시 한번 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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