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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2 SPO 말러와 슈트라우스문화활동 2019. 3. 23. 17:38
190322 SPO 말러와 슈트라우스
- 2019년 3월 22일(금) 8pm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지휘 성시연 Shiyeon Sung, conductor
- 소프라노 아네 슈바네빌름스 Anne Schwanewilms, soprano
(1부)
슈만, 만프레드 서곡
말러, 뤼케르트 가곡(소프라노 아네 슈바네빌름스)
- 내 노래를 보지 마세요 Blicke mir nicht in die Lieder!
- 부드러운 향기를 마셨네 Ich atmet' einen linden Duft
- 한밤에 Um Mitternacht- 아름다움 때문에 사랑한다면 Liebst du um Schönheit
- 나는 세상에서 잊혔네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2부)
말러,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소프라노 아네 슈바네빌름스)
- 지상의 삶 Das irdisches Leben
- 라인강의 전설 Rheinlegendchen
- 아름다운 나팔 소리 울리는 곳 Wo die schönen Trompeten blasen
R. 슈트라우스, 죽음과 정화
(공연 후기)
클래식과 오페라 공연 관람을 12년 정도 다니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작품은 한번쯤 봤다고 해야 할 거다.
이날 공연도 처음은 아니다. 그래도 말러 작품은 즐겨 관람하는 편이다. 말러 작품은 쓸쓸함과 번잡함 속에서 해방감을 주거나 더 높은 곳으로 승화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나와는 좀 어울리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 날 공연 중에는 평소와 달리 한 번도 피곤함에 지쳐 눈꺼풀이 잠기는 일이 없었다. 집중도 잘 되었고, 가사를 음미하면서 듣다보니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지상의 삶>에서는 살며시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건 소프라노가 정갈나게 표정을 실어서 노래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상당부분 죽음과 같은 철학적 주제가 닮겨 있었다. 그래서 분위기가 좀 무거웠다고 본다.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나와 관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무게감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것을 음악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는 않은데, 이날 공연은 그런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성시연은 참 쉽게 악단을 이끌어 간다. 그녀의 지휘는 간결해서 손과 팔의 움직임만으로도 작품이 어떤 분위기로 흘러가는지 관중에게 쉽게 어필된다. 관중 못지않게 악단도 어렵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지휘자보다 집중이 더 잘되는 편이다.
소프라노 아네 슈바네빌름스는 여자치고는 훤칠한 키에 균형 잡힌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노래도 연기력을 뒷받침하면서 세련되게 불러주니 관중은 그녀의 품안에서 이리저리 편안하게 붙잡힐 수 밖에...
부악장 신아라를 2-3년 만에 보았고, 객원 악장은 누군지 모르겠다. 백발이 잘 어울리는 노신사였다.
다음 주는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모차르트 몇 곡을 관람하게 된다. 나는 가볍게 생각하지만 악단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게다. 쉬운 곡일수록 작은 실수도 용납이 잘 안되니까...
아네 슈바네빌름스 : 오늘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품의 중요한 해석자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오페라 <아라벨라> 및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의 타이틀 롤, <엘렉트라>의 크리소테미스, <장미의 기사>의 마샬린, <그림자 없는 여인>의 황후 역 등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와 바그너 <로엔 그린>의 엘사, <탄호이저>의 엘리자베스, 베르디 <오텔로>의 데스데모나 역 등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뮌헨, 드레스덴,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빈,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밀라노, 뉴욕과 도쿄 등 전세계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해왔다. 드레스덴 젬퍼오퍼에서는 크리스티안 텔레만의 지휘로 아라벨라와 크리소테미스 역을 성공적으로 공연했고, 이후 빈 국립오페라에서 울프 시르머와 프란츠 벨저뫼스트의 지휘로 같은 역을 맡았다.
슈바네빌름스는 바이로이트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으며, 특히 슈레커의 오페라 <낙인찍힌 자들>의 카를로타 역과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의 황후 역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7년에는 뮌헨에서 <장미의 기사>의 마샬린, <탄호이저>의 엘리자베스, 2017년 바이로이트 축제에서는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에바 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크리스티안 텔레만, 주빈 메타, 사이먼 래틀 경, 다니엘 바렌보임, 프란츠 벨저뫼스트, 켄트 나가노, 크리스토프 에셴바흐와 같은 지휘자들과 정기적으로 공연하고 있다. 폭넓은 디스코그래피 중에서 크리스티안 텔레만의 지휘로 녹음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 음반은 2015년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한스 그라프 지휘로 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보체크’ 음반은 2017년 에코 클래식 상을 수상했다.
말러, 뤼케르트 가곡
1. 내 노래를 보지 마세요!
내 노래를 보지 마세요!
나쁜 짓하다 걸리기라도 한 듯,
나 두 눈을 내리깔고 있어요.
내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스스로도 지켜볼 자신이 없어요.
내 노래를 보지 마세요!
그대의 호기심은 저에 대한 배신!
벌들도 꿀을 모아 집 지을 때
남들이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고,
자기들 스스로도 바라보지 않는다는군요.
꿀로 만든 풍성한 벌집이
세상에 공개되면
그땐 그대가 제일 먼저 맛보셔도 좋아요,
그땐 그대가 제일 먼저 맛보셔도 좋아요!
2. 부드러운 향기를 마셨네
부드러운 향기를 마셨네!
방에는
다정한 손길이
건네준 선물,
보리수 가지 하나.
보리수 내음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보리수 내음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그 작은 보리수 가지를
그대는 살며시 건네주었지.
나는 고요히 들이마셨네
보리수 내음 속에서
사랑의 부드러운 향기를
3. 한밤에
한밤에
잠에서 깨어나
하늘을 올려다보았네.
가득한 별들 가운데 어떤 별도
나를 보고 웃지 않았지,
한밤에.
한밤에
나는 생각했네
어두운 장벽에 갇혀.
한밤에
어떤 즐거운 생각도
나를 위로해주지 않았네
한밤에.
한밤에
귀 기울여 들어 보았네
내 심장의 고동을.
고통의 맥박만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지
한밤에.
한밤에
나는 전투를 치렀네,
오, 인간이여, 너의 고통과.
내 힘으로는
이길 수 없었네,
한밤에.
한밤에
나는 당신의 손에
그 힘을 맡겼네,
죽음과 삶 너머에 계시는 주님,
당신께서 지켜주시네!
한밤에.
4. 아름다움 때문에 사랑한다면
제 아름다움 때문에 사랑하시는 거라면,
오, 저를 사랑하지 마세요!
차라리 금빛 머릿결을 지닌 태양을 사랑하세요!
제 젊음 때문에 사랑하시는 거라면,
오, 저를 사랑하지 마세요!
차라리 해마다 새롭게 젊어지는 봄을 사랑하세요!
제 보물 때문에 사랑하시는 거라면,
오, 저를 사랑하지 마세요!
차라리 수많은 진주를 지녔을 게 분명한
인어를 사랑하세요!
오로지 사랑 때문에 사랑하시는 거라면,
오, 그래요, 저를 사랑하세요!
언제까지나 저를 사랑해주세요,
저도 그대를 영원히 사랑할게요!
5. 나는 세상에서 잊혔네
나는 세상에서 잊혔네,
헛되이 그 긴 세월을 더불어 보낸 그 세상에서,
세상은 오랫동안 내 소식 들은 게 없으니,
아마도 내가 죽었다고 믿겠지!
내가 죽었다고 세상이 믿어도,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네.
그에 대해 난 아니라고 할 말도 없네,
나는 정말 세상에서 죽은 몸이니까!
혼란스런 세상에선 이미 죽은 몸
이제 조용한 곳에서 쉬고 있지!
내 천국에서 홀로 살아간다네,
내 사랑, 내 노래 속에서!
말러,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세 곡
1. 지상의 삶
어머니, 아, 어머니! 배가 고파요!
빵 좀 주세요, 아니면 전 죽어요.
조금만 기다려라, 아가야!
내일이면 우리는 서둘러 곡식을 추수할 테니.
곡식을 거둔 뒤에도
아이는 여전히 외쳤네.
어머니, 아, 어머니! 배가 고파요,
빵 좀 주세요, 아니면 전 죽어요.
조금만 기다려라, 아가야!
내일이면 우리는 서둘러 곡식을 탈곡할 테니.
곡식을 탈곡한 뒤에도
아이는 여전히 외쳤네,
어머니, 아, 어머니! 배가 고파요,
빵 좀 주세요, 아니면 전 죽어요.
조금만 기다려라, 아가야!
내일이면 우리는 서둘러 빵을 구울 테니.
그리고 빵이 구워졌을 때
아이는 죽어 들것에 실렸네.
2. 라인 강의 전설
네카 강변에서 풀을 베다가
라인 강변에서 풀을 베다가
금방 연인을 사귀었지만
곧 혼자가 되네.
낫이 들지 않는다면
풀베기가 무슨 소용이람,
내 곁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남자가 무슨 소용이람.
그러니 네카로 라인으로
풀을 베러 다녀야지,
그러니 내 금반지를
강물에 던져야지.
반지는 네카 강물을 따라 흐르고
라인 강물을 따라 흐르다가,
아래로 헤엄쳐 들어가
바다 속 깊이 잠기겠지.
그렇게 반지가 헤엄치다 보면
물고기 한 마리가 반지를 삼키게 되지,
그럼 그 물고기는
임금님 식탁에 오르는 거야!
이 반지는 대체 누구 거냐고
임금님이 묻겠지.
그러면 내 그이가 답할 거야,
제 반지입니다, 라고.
내 그이는 얼른 달려 나와
산 넘고 언덕을 넘어
그 고운 금반지를
다시 내게 갖다 줄 거야.
네카 강변에서 풀을 벨 수 있다면,
라인 강변에서 풀을 벨 수 있다면,
언제든 다시 반지를
강물 속에 던지기만 하면 돼.
3. 아름다운 나팔소리 울리는 곳
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는 당신은 대체 누구신가요?
누가 나를 이렇게 부드럽게 깨우는 건가요?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랍니다
일어나서 나를 당신께 들어가게 해 주세요!
왜 나를 여기서 오래 기다리게 하나요?
아침놀이 퍼져 오르는 게 보이네요
아침놀, 그리고 두 개의 밝은 별
내 사랑하는 연인 곁에 있고 싶어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당신 곁에요
처녀는 일어나 그에게 문을 열어주었네
그리고 그를 반겨 맞이했네
어서 와요, 내 연인이여
밖에 너무 오래 서 있었군요!
처녀는 그에게 눈처럼 새하얀 손을 내밀었네
멀리서 밤꾀꼬리가 노래를 불렀고
처녀는 울기 시작했네
아, 울지 말아요, 사랑하는 이여
올해가 가기 전에 당신은 내 신부가 될 거니까요
당신은 분명히 내 사람이 될 거예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죠
이 푸른 지상의 유일한 내 사랑이랍니다
난 전쟁터에 나가요, 푸른 들판으로요
한없이 넓은, 푸른 들판이죠
아름다운 나팔소리가 울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곳이 내 집이랍니다, 푸른 초원이 펼쳐진 그 곳.
(번역: 이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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